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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신앙의 왜곡, 선의와 폭력, 믿음의 대가)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 왜 매번 비극으로 끝날까요.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 2020)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 세바스찬 스탠이라는 캐스팅만 보고 켰다가,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여운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신앙의 왜곡 — 믿음이 어디서부터 어긋나는가좋은 믿음이 사람을 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전제에 물음표가 하나 붙었습니다.영화의 첫 번째 중심인물 윌러드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뒤 작은 마을에 정착해 가정을 꾸립니다. 그는 뒷산에 십자가를 세우고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죠. 아내 샬롯이 암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는 .. 2026. 9. 8.
팬도럼 리뷰 (인간성, 생존윤리, 반전결말) 목적지에 이미 도착했는데도 800년 넘게 그 안에 갇혀 있었다면, 그건 감옥인가요 아닌가요. 《팬도럼》을 처음 봤을 때 저도 이 질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우주 괴물 영화인 줄 알고 틀었다가, 결말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됐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건 괴물의 정체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팬도럼(Pandorum)이라는 병, 그리고 생존윤리《팬도럼》(Pandorum, 2009)은 220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세계 인구 250억이 넘어서고 자원 전쟁이 극에 달한 시대, 인류는 6만 명을 태운 이주선 엘리시움 호를 새로운 행성 타니스를 향해 띄웁니다. 바우어는 기억상실 상태로 수면 캡슐에서 깨어납니다. 자신의 이름도, 직업도, 왜 여기 있는.. 2026. 9. 8.
크리미널 스쿼드 2 판테라 (완벽한 계획, 예측불가 변수, 팀워크) 매년 50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다이아몬드가 오가는 세계 다이아몬드 센터(WDC)를 털겠다는 발상,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2: 판테라》를 처음 봤을 때 제가 든 첫 생각은 딱 그거였습니다. "이 사람들, 진짜로 해낼 것 같은데?" 라는 묘한 확신. 완벽한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영화의 무대는 벨기에 앤트워프입니다. 유럽 범죄 조직 판테라(Pantera)의 수장 조반나는 앤트워프 국제공항 인근 호텔에서 작전을 지휘하며, 경찰 행세까지 불사한 채 레드 다이아몬드를 강탈하는 데 성공합니다. 레드 다이아몬드란 전 세계에서 유통량이 극히 희소한 붉은색 다이아몬드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것은 물론 칼라브리아 마피아의 소유물이라는 점에서 건드리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거는 일이었습니다... 2026. 9. 8.
힙노틱 (현실조작, 최면심리, 기억왜곡) 영화관을 나오면서 저도 모르게 멈칫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제가 본 것들이 진짜였는지 갑자기 의심이 들었거든요. 2023년 개봉작 《힙노틱(Hypnotic)》은 딸을 찾는 형사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인식과 기억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최면이라는 소재를 이렇게까지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현실조작: 제가 처음 느낀 불쾌한 균열영화 초반, 강력계 형사 루크는 은행 근처 잠복 중에 수상한 노신사 델레인을 포착합니다. 노신사가 옆자리 여자에게 뭔가를 속삭이는 순간, 멀쩡하던 여자가 차도로 뛰어들고 도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액션 영화의 오프닝쯤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 2026. 9. 7.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편견, 심리스릴러, 가족관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심리 스릴러란 결말의 반전 하나로 승부하는 장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Every Secret Thing, 2014)은 달랐습니다. 범인이 누구냐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는데, 그게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편견이 수사를 앞지를 때 — 배경과 맥락영화는 11살 소녀 앨리스와 로니가 이웃집 유아 올리비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소년원에서 7년을 보낸 뒤 18살이 되어 사회로 돌아오죠. 그런데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구 매장에서 세 살배기 여자아이 브리트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담당 형사 낸시와 케.. 2026. 9. 7.
뉴 노멀 리뷰 (일상 공간, 익명성, 현실 공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포영화라길래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영화 《뉴 노멀》(2023)은 제가 어제도 이용했던 편의점, 집 현관, 데이팅 앱이 배경이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 한동안 현관 인터폰을 누르는 손이 망설여졌습니다. 정범식 감독 특유의 연출이 얼마나 일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일상 공간이 배경이라 더 무서웠던 이유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가 다른 공포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대 설정입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 동네 편의점, 익명 커뮤니티, 데이팅 앱. 스크린 속 공간이 제 일상과 완전히 겹쳐서 몰입도가 달랐습니다.특히 가스 검침원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장면은 제 경험상 가장 아찔했습니다. 주인공 현정은 낯선 방문자임을 알면서도 .. 2026. 9. 7.
스니치 리뷰 (줄거리, 가족의미, 도덕딜레마) 소중한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2013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스니치》(Snitch)는 마약 배달 혐의로 붙잡힌 아들을 구하기 위해 카르텔에 직접 뛰어든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줄거리보다 "나라면 어디서 멈췄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줄거리 — 한 번의 선택이 어디까지 굴러가는가건축자재 운송 회사를 운영하는 존은 전처와 살고 있는 아들 제이슨이 마약 배달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제이슨은 친구의 부탁으로 택배를 받은 것뿐이었지만, 문제는 마약의 양이었습니다. 미국 연방법상 의무적 최저 형량제(Mandatory Minimum Sentencing)가 적용됐는데, 이는 판사의 재량과 관계없이 일정 기준 이상의.. 2026. 9. 6.
미스터리 아레나 (AI윤리, 진실폭로, 생명공학)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미스터리 아레나》를 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냥 추리 게임 예능 포맷을 영화로 옮긴 작품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게임 뒤에 숨겨진 기업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화면에서 눈을 못 뗐습니다. 기술 윤리와 생명공학 실험,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한 사람의 용기가 뒤섞인 작품이었습니다. AI가 정답을 막는 게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저도 처음엔 이 설정을 과장된 SF 장치로 봤습니다. 참가자들이 아무리 정확한 추리를 내놓아도 AI가 새로운 단서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정답을 무력화한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이게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영화 속에서 이 장치를 '바이블(Bible)'이라고 부릅니다.. 2026. 9. 6.
고스트 스토리 (죄책감, 심리공포, 반전결말) 유령을 믿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가장 오래된 유령에 사로잡혀 있다면 어떨까요. 영화 《고스트 스토리》(Ghost Stories, 2017)는 초자연 현상을 평생 부정해온 심리학자 필립 굿맨이 세 가지 미제 사건을 조사하면서 결국 자신의 가장 깊은 죄책감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건 귀신 영화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외면한 사람의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회의주의자가 초자연 현상 앞에 서다필립 굿맨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심령 사기 폭로 전문가입니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이른바 '콜드 리딩(cold reading)' 기법을 쓰는 심령술사들을 무대에서 직접 망신시켜 온 인물이죠. 여기서 콜드 리딩이란 상대방의 외모, 표정, 반응 등 사전 정보 없이 관찰만으.. 2026. 9. 6.